행복동행 양산
억새밭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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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주 작성일2015-11-04 0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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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에서 길을 잃다

 

                               -이성엽

 

 

가을 햇살에 흔들리는

눈부신 은빛 물결

굽이치는 격정의 포말이 바람에 날리고

 

긴 모가지 꺼내

서툰 고갯짓으로 반겨주는

가을 끄트머리 정령이

고단한 삶에 허기를 채워준다

 

깊으므로 익어가는 억새

때로는

메마른 가슴 흠뻑 적시는 그리움이 되고

심연의 고독을 깨우는

질퍽한 외로움도 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너그럽게 품을 수 있는

청량한 축복이기도 하고

 

이별하는 자들에게는

하얀 손 흔들어 속눈썹 떨리게 하는

희뿌연 눈물이 되기도 하고

 

사연에 따라

다른 얼굴, 다른 빛깔

 

바람에 뿌려대는 넋

아쉬워 달래다

겨울로 가는 억새밭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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