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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주 2015-11-05 01:31:00본문
만추(晩秋)
-이성엽
스산한 달빛 창문 너머로 기웃거리더니
작은 틈사이로 덩달아 밀려드는 애달픔
서걱거리는 뒷산 억새의 호곡소리에
혹여, 그대가 오시려나
대문 활짝 열어놓고 밤 내 기다렸습니다
가을로 오신다던 기다림은 허공에 날리고
떠도는 상념이 술병 속에서 메아리칠 때
갈피에 끼워두었던 빨간 추억 하나 꺼내
베갯잇 포개 잠들다 붉은 눈물 흘러내려
기어이 당신 흔적 남기고야 말았습니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기나긴 밤인지 모를 일입니다
사무친 그리움에 가을 속 떠도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모를 일입니다
시서(時序)의 운행에 따라
곧 사라져버릴 은대(恩貸)의 만추(晩秋)
마중 위해 걸어둔 호롱불 꺼져버리기 전에
가지 끝에 매달린 사랑 떨어져버리기 전에
하얀 눈송이 쌓여 그리움 덮어버리기 전에
어서 빈 갈피 하나 다시 채워놔야겠습니다
당신의 무채색 향기 목젖까지 차오르는 날
환한 웃음으로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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